오늘만 축구할 건 아니니 이제 새 판을 짜자 Stadium

기적은 없었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아니다...조금 빗나간 게 있다. 홍명보가 엔트으리를 스스로 깨트렸다는 것 정도. 부상만 아니면 무조건 나올 것 같았던 박주영과 정성룡이 김신욱과 김승규로 대체되었다. 

그 결과인지 몰라도 전반전은 이전 경기들에 비해 훨씬 볼 만 했다. 김신욱과 김승규의 투입만으로도 경기 양상은 훨씬 개선되었는데, 왜 진작에 이러지 않았나?...생각만 하면 제일 속상하는 부분이다.

그건 그렇고, 왜 후반 들어서 김신욱을 빼고 김보경을 넣은 걸까? 도대체 뭘 기대하고. 우리 국대의 원톱은 풀타임을 뛰면 안 된다는 내규라도 있나? 그리고 이근호가 꼭 조커여야 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경기력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빈공과 득점력 부재는 어찌할 수 없었다. 미들에서 에이스 노릇을 해줘야할 기성용, 구자철, 이청용의 동반 부진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이것은 사전에 충분히 예상되었던 일이다. 이들의 몸은 공히 무거워 보였고, 우리의 월드컵이 끝나도록 그들의 경기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구자철에 이어 기성용 마저 공을 너무 끌며 템포를 다 죽여 놓았고, 구자철은 뛰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이청용 또한 체력이 고갈되며 판단력까지 떨어졌는지, 무리한 돌파 시도와 패스 미스로 수 차례 역습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 모두는 뼈저린 깨달음을 얻었다. 아무리 유럽파라도 벤치에 앉아 경기 감각을 잃어 버린 선수는 쓸모가 없다는 것. 선수의 이름과 소속팀, 과거 경력만 가지고 국대를  뽑아서는 안 된다는 것. 어찌 보면 기본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이번에 그 원칙을 직접 어겨 봄으로써 호된 맛을 보았고, 잊혀질 수 없는, 잊혀져서는 안 될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다 고집 세고 자존심 강한 홍명보 감독 덕분이다.

실제 자신이 성과를 올렸던, 가장 친숙하고 잘 아는 선수들과 방법으로 월드컵에 도전하려 한 홍명보 감독의 방향이 잘못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원칙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러 선수들이 제 컨디션이 아닌 이상 그 안에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홍명보 감독의 경험과 역량이 많이 미흡했던 것 같다.  

런던 올림픽을 보며, 이 선수들이 성장한다면 월드컵에서도 해 볼만 하리라 기대가 컸었는데, 뭔가 흐름이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벤치에만 앉아 있을 유럽 진출을 마냥 환영만 할 수도 없게 생겼다. 실력을 향상시키고, 국제 무대에 대한 내성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유럽 진출을 독려하는 건 맞지만, 그것이 국대의 전력에 바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멕시코처럼 자국 리그가 든든하게 뒷받침해 줄 수 있는게 정답이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국대의 월드컵은 끝났다. 일본은 벌써 차기 감독을 물색해두었나 보던데, 우리 축협은 과연 어떻게 할까?...홍명보 감독의 계약 기간은 내년 아시안컵까지인데...축협의 총아로서 유임하게 될까, 월드컵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까...

난 그냥 새 감독으로 4년을 새로운 기분으로 새롭게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번에 얻은 교훈을 통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진 말자. 

**********

우리 국대의 브라질월드컵은 끝났지만,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덧글

  • 謎卵 2014/06/27 16:21 # 답글

    포항팬들에게 퀘스트 하나 남았습니다. 황선홍 감독 지켜내기.
    포항팬들이 만약에 황선홍 감독과 홍명보 감독하고 트레이드(?)하면 환영하실 건가도 궁금하네요.
  • アサギリ 2014/06/27 17:22 #

    MB가 온다고 하면 스틸야드 그라운드에서 캠프 파이어 벌어지는거죠 뭐.
  • 홍차도둑 2014/06/27 17:53 #

    포항 팬들중에 HMB라면 이빨 가는 분들 많아요...
    특히 서포터들 사이에선 더한데...
  • 키팅 2014/06/27 17:58 #

    황선홍 감독의 축구를 보다가 홍명보 감독의 축구를 보면 뒷목 잡을 듯.

    홍명보 감독이 K리그 한 팀을 맡아 감독 훈련을 하는 건 상관 없지만 그 팀이 포항이라는 건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근데 홍명보는 감독 생활을 계속 이어갈까요? 본인은 행정가가 꿈이라고 했는데.
  • 謎卵 2014/06/27 18:24 #

    행정가가 꿈이라지만 혹시나 해서 질문드렸는데, 반응이 이렇군요. 다른 팬들도 비슷하시겠죠?
    개인적으로는 광주 같은 정말 힘든 팀 한 번 맡아보면 분명 홍명보 감독의 지도자 경력에 도움은 될 거라 생각하긴 합니다.
    포항도 겉보기에 세 보이지만 꽤 힘든팀인 게 이미 밝혀지기도 했으니까요.

    우리팀에 오면 어떨까에 대해서는 아무도 안 물었지만 거부할 겁니다. 조진호 감독이 좋거든요. 좀 덜 잘생겼지만 큐트하시고.
  • nibs17 2014/06/27 21:00 #

    홍MB가 포항에서 나갈때 어떤 만행을 저지르고 나갔는지 아신다면 이런 질문은 하실 필요도 없으셨겠죠?

    포항도 받을 이유 없고 MB도 올 이유 없습니다.

    MB가 레전드 홈커밍데이때 와서 받았던 선물들 팽개치고 가버려서 그것들 그대로 고이 구단 사무실에 모셔져 있거든요
  • 물병좌 2014/06/27 22:14 #

    헛 선물 버리고 갔다는건 이제 알았군요 ㄷㄷ

    뭐 저도 포항의 레전드로의 대우는 해주는데, 마냥 감정이 좋냐면 그건 또 아닌지라...무엇보다 포항팬들이 악감정 없었고, 어느정도 감독으로 업적도 있던 최순호때도 팬과 감독 사이 험악해 질 때 있었는데 홍명보면 더더욱...
  • saruin 2014/06/28 04:57 # 답글

    솔직히 덤덤하더군요. 으리축구의 종말... 평가전부터 너무나 있을 법한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 키팅 2014/06/28 10:07 #

    "어...이러면 안되는데...어...이러면 안되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들 이런 우려와 걱정, 불만의 목소리를 냈더랬죠.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로...

    감독이 주위의 여러 의견에 휘둘리지 않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그건 감독 본인이 팀의 현재에 대해 정확히 파악을 하고 있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있을 때의 이야기인데.

    선수 시절부터 런던 올림픽 성공까지 성공 가도만 달려와서 그런지 독선적이고 유연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네요.
댓글 입력 영역


날마다 새로운 그림

날마다 새 일러스트

날마다 새로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