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은 안 보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듯 Stadium

대표팀의 연이은 평가전을 보며, 이번 경기가 바닥일 거야...다음 경기부턴 올라가는 일만 남은 거야 라고 내심 스스로 위안을 했지만......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나 보다.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일 따윈 없었다. 바닥을 파고 더 깊이 내려갈 뿐.

오늘 아침 대표팀은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4:0 떡실신을 당했다. 총체적 난국으로 보인다. 


공격을 어떻게 풀어야할 지 몰라 쩔쩔매다 공을 뺏기는 순간 상대의 빠른 역습으로 이어지고 어김없이 실점으로 연결된다. 상대방이 공을 가졌을 때보다 우리가 공을 가졌을 때가 더 위험해 보인다는 이영표의 해설이 그렇게 공감될 수가 없었다.


공격은 너무 정적이다. 창끝은 무딜 대로 무뎌져서 정돈된 수비를 어떻게 공략할 지 몰라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역습 찬스에서 공수 전환이 빠른 것도 아니다. 회복되지 않은 기량의 박주영과 구자철 탓이 커 보인다. 기성용도 한창 잘 할 때의 모습이 아닌 것 같고, 한국영이야 공격 전개의 임무를 맡고 있는 건 아니지만 무모한 태클과 반칙 남발은 눈에 거슬리기만 한다. 팀의 중앙 라인이 허수아비가 되어 버린 느낌. 박주영과 구자철 카드를 과감히 버리고 김신욱, 이근호, 손흥민을 잘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야 했다. 이명주도 있었다. 홍명보는 자기가 내세운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이름값에 너무 매였고, 잘 해 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실점을 놓고 개인 실수였고, 조직의 실수는 아니었다 한다. 개인의 실수도 있었지만 조직의 실수도 명백했다. 그리고 반복되는 실수는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그건 실력인 거다. 수비 집중력 부족과 엉성한 조직력은 심각해 보인다. 이러다 어쩌면 히딩크 네덜란드에게 당했던 5:0 이상의 패배가 나올 지도 모르겠다. 


멘탈적인 면에서도 이건 뭐...투지, 투혼 그딴 건 개나 줘 버렸나 보다. 여전한 신체의 컨디션 저하로 못 뛰는 것일까? 뛰기 귀찮아 안 뛰는 것일까? 상대의 공격이 다가오는데도 자기 자리만 지키며 멀뚱멀뚱 서 있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지고 있으면서도 악착 같이 공을 빼앗아 골을 넣고 말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올림픽 동메달로 이룰 건 다 이룬 거냐?...세계 무대에서 전술적, 기술적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기동력으로 만회하던 대표팀의 모습은 이제 옛말이다. 


연승으로 자신감 충만해서 본선 나가도 16강 진출이 될까말까인데, 연이은 패배로 팀에 드리워져 있을 패배의식과 자괴감이 경기력을 더욱 떨어 뜨릴 것은 자명하다. 그것도 마지막 연습 경기에서 4:0 완패였으니...이영표의 말대로 패배를 하더라도 그 패배를 어떻게 받아 들이는가가 선수들의 정신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자포자기하는 상태에 와 버린 것 아닌지 모르겠다. 


일주일 만에 이 모든 것을 추스르거나, 반전 혹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는다. 경기를 안 볼 수는 없겠지만 괜한 기대는 버리고 겸허히 결과를 받아 들여야할 때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3패 혹은 1무 2패를 예상한다. 우리 대표팀 말고 다른 응원할 팀이나 골라야겠다. 


한편으론 경기장 문제 등으로 월드컵이 연기되었으면 좋겠다는 쓸데없는 상상도 하고 있다. 2010년 원정 16강을 이룰 때만 해도 다음 월드컵이 한껏 기대되며 고무되었었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덧글

  • 謎卵 2014/06/10 22:54 # 답글

    원래도 밤에 하는 경기는 안 봤던 기억이;;;
    본선에서는 마법같이 잘 할 겁니다. 사람들 말에 따르면 그래도 K리거 폼 좋는 선수 보다 해외에서 벤치에 앉는 선수가 더 잘한다잖아요. 그 말 믿어보게요. 화까지 내셔서 그분이~
  • 키팅 2014/06/10 23:18 #

    오늘은 밤이 아니라 아침이었는데...^^

    해외파는 역시 대단한가 보군요. 저도 믿어 볼까요?
  • 화성거주민 2014/06/10 23:29 # 답글

    주식 관련된 명언이 있죠. '바닥 밑에 지하가 있다'라고
  • 키팅 2014/06/10 23:40 #

    제가 그렇게 쓰면서도 제가 처음 쓰는 말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하 몇 층까지 있을까요. 지하로 뚫고 브라질까지 갈 기셉니다.
  • 홍차도둑 2014/06/11 00:08 # 답글

    그러니까 저처럼 신경 끊고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얻으십시오.
  • 키팅 2014/06/11 00:21 #

    머리는 그러고 싶은데...마음은 그러질 못할 것 같아요..ㅠㅠ
  • 홍차도둑 2014/06/11 00:25 #

    저도 그동안 그렇게 번뇌에 있었거든요.
    그 고민을 말끔히 털어준 것이 HMB입니다.

    어느 선배님께서는 그래서
    "이야~ HMB가 대단하긴 대단하다! 니가 축구에 대해 어느 한쪽이라도 관심을 끊게 만들었어!"
댓글 입력 영역


날마다 새로운 그림

날마다 새 일러스트

날마다 새로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