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최종예선] vs 이란 - 뒷맛이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네요 Stadium

대한민국   0   :   1   이란

우선 월드컵 8회 연속 출전이란 쾌거를 이룬 최강희 감독 이하 대표 선수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진심으로 자축하고 싶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최소한 비기기라도 했으면 이렇게까지 씁쓸한 기분이 들진 않았을 것 같은데...8회 연속 출전이 어디냐며 자위해 보지만 기운이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강희 대제와 한 마음이 되어 이란을 떨어 뜨리고 싶었지만, 그러기는 커녕 하마터면 우리가 우즈벡에게 따라 잡힐 뻔 했습니다.  

우리의 빈곤한 득점력이야 뻔한 것이었고, 이란은 일찌감치 비기기로 작정한 듯이 수비에 올인하였습니다. 근데 우리는 거기에다 대고 알아서 한 골 상납까지 했으니...

강희 대제는 부임 초에 아시아 무대에서 원톱 체제는 낭비이고, 미들 하나를 줄이고 공격수를 더 두는 투톱 체제를 채용해도 하등 문제될 것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으니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입니다. 

하지만, 최종 예선전을 치르며 시종일관 느꼈던 건, 우리의 투톱 체제가 보여 주는 공격력이 원톱 체제의 그것보다 더 강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중앙 미들을 줄이고 투톱으로 가게 되면, 당연히 윙과 윙백의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상대의 측면을을 허무는 게 주된 공격 루트가 되어야할 텐데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오늘 같이 트윈 타워가 나오는 날에도 측면이 무디기는 마찬가지였고, 후방에서 전방으로 올라가는 단조로운 공격만 반복될 뿐이었습니다. 사이드 공격이 파괴력을 갖추기에는 우리 대표팀의 조직력이 너무 부실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중앙의 투 미들 조합도 강희 대제 생각만큼 아시아 무대를 압도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그랬고. 

사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본선에 나가면 정상적인 상황에서 투톱 쓰지도 못할 거, 본선 대비 조직력, 팀 컬러의 유지를 위해서 최종 예선 무대에서도 원톱-쓰리 중앙 미들로 일관되게 유지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네요. 현재 우리가 가진 재원도 공격수 보다는 미들 쪽이 더 풍부한 상태이기도 하고. 

어쨌든 강희 대제는 자신의 소신대로, 딱 자신의 목표 만큼만 이루어냈습니다. 조광래 감독 해임 후의 혼미스럽고 불안했던 상황을 기억한다면 본선 진출 성공은 감지덕지입니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가지면 더 가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요. 못내 아쉬웠던 경기력에 이렇게 끄적거렸습니다.

비록 이란에게 2연패, 그것도 월드컵 출정식을 치러야 할 홈 마지막 경기에서까지 패하는 바람에 기분을 망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월드컵 전망을 어둡게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가진 미들, 공격 재원들이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고, 본선에 대비해 알맞은 옷으로 갈아 입고, 빠르게 준비한다면 벌써부터 비관하고 자포자기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월드컵 출정식 때 우리한테 제대로 털렸던 일본이 본선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던 걸 생각하면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겠지요. 이젠 다시는 1년 여 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ps: 왠지 제파로프, 개인리히, 카파제 등이 측은하게 느껴지네요...우리가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덧글

  • 謎卵 2013/06/19 00:37 # 답글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이었죠.
    근데 축협 자체가 스폰으로 운영되다 보니 그런 비상식적인 경질이나 감독 선임도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그때도 스폰서가 싫어해서 잘랐다는 느낌의 말이 나오기도 했고요. 돈 내는 사람이 상전인가봐요.

    이명주는 리그 돌아와서도 잘하겠지요? 포항이 공격수 영입했으니 이제 박성호나 반품해줬으면 좋겠네요.
  • 키팅 2013/06/19 00:54 #

    그렇죠...잘못된 시작인 걸 알고 있었으니, 목표를 이룬 것만으로도 만족해야겠지요. 그래도 흘려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속이 쓰립니다.

    포항은 아직 배고파요~
  • 朝霧達哉 2013/06/19 00:47 # 답글

    경기력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경기 끝나고만 멘붕하고 지금은 좀 가라 앉았네요.
    후우. 진짜 역대급 경기를 봤습니다. 역대급으로 공격을 못한 경기를요.
  • 키팅 2013/06/19 00:56 #

    공격하라고 대 주는데도...골을 못 넣으니 답답해 죽겠더군요.
  • 토털풋볼 2013/06/19 10:58 # 답글

    애써 위안하자면 이란 정도도 우리상대로 이제 이렇게나 웅크러든다라는 점 일까요...;;;

    물러나 있는 적을 상대로 답답해지는 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이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이란한테 진 건 열받습니다..ㅡㅡ
  • 키팅 2013/06/19 13:13 #

    이란 원정 경기를 봐도 그렇고, 어제 있었던 홈 경기를 봐도 그렇고, 이번 이란 대표팀은 그다지 위협적인 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을 다졌다는 게 정말 속이 쓰리게 하죠. 두 경기 모두 일방적으로 몰아 부치고도 결과는 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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