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빠, 태어나서 처음으로 농구장에 가다 Others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에만 빠져 살아온 터라 다른 스포츠를 직관하러 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 프로야구는 TV시청이라도 했지, 다른 종목은 TV로도 잘 보지 않았다. 물론 올림픽 같은 이벤트성 대회는 예외로 하고.

진작부터 농구나 배구 경기를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차일 피일 미루다 보니 여태껏 실행에 옮기질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뜻밖의 계기가 생겼다. 이마트에서 10만원 남짓 쓰고 나오니까 농구 경기 무료 티켓 교환권 2매를 주는 것이 아닌가. 오늘 오후 4시 창원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지는 창원 LG와 전주 KCC의 경기였다. 

마침 잘 되었다 싶어 우리 가족 네 식구는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 비를 뚫고 경기장으로 향하였다. 체육관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10분 가량 늦은데다, 차량이 어찌나 많은지 주차할 곳을 못 찾아 많이 지체하였다. 티켓을 끊고 관람석에 착석하였을 때에는 2쿼터 말미 즈음이었고, 창원은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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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축빠로서 농구장에서 받은 첫 느낌은 상당히 이색적인 것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몇 가지 추려 보면

1.
축구 경기 티켓도 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농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무료 티켓이 2매 뿐이었으므로 2매를 추가로 구입했는데 하나당 2000원 밖에 하지 않았다.

2.
지정 좌석제란 것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부분. 축구장이야 특석이 아닌 다음에는 앉고 싶은 자리에 먼저 가서 앉으면 그만이었는데, 농구장은 달랐다. 하지만 실상은 지정 좌석제가 무색한 게, 사람들은 그렇게 정확하게 자기 좌석에 앉아 있지는 않았다. 우리 자리에도 이미 다른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비켜 달라 하지 않고 근처의 빈 자리에 자리를 잡고 경기를 관람하였다. 

3. 
장내 분위기가 시끌 벅적하였다. 축구의 경우, TV로만 축구를 보다가 처음 직관을 가게 되면 고요함에 당황할 수 있다. 익숙하던 캐스터와 해설자의 목소리가 온데 간데 없기 때문이다. 서포터스가 그 고요함을 깨지만 경기장 전체를 시종일관 장악하진 못하며, 일반 관중은 일사분란한 응원 없이 비교적 차분하게 경기를 관전한다. 거기에 반해 농구장의 분위기는 시끄럽다 싶을 정도여서 캐스터와 해설자의 부재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4.
농구 경기는 장내 아나운서에 의해 진행되는 하나의 버라이어티 쇼 같았다. 농구 경기는 특성상 중단되는 시간이 많은데, 장내 아나운서와 구단 소속의 진행 요원들이 일사분란하게 그 빈 공백을 흥겨웁게 메꿔주는 역할을 하였다. 확실히 장내 아나운서의 역할이 커보였다.

5.
치어리더 보는 재미가 쏠쏠...다들 몸매가......축구장을 찾는 여성팬이 많이 늘긴했지만, 확실히 농구장에 젊은 여성팬이 더 많아 보였다. 마눌님과 함께 왔지만, 눈 돌아가는 건 어쩔 수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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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경기의 내용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농구팬이 아닌 관계로 경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생략.

창원이 최대 7, 8점 차이로까지 뒤지다가 역전에 성공하였다. 창원의 실수가 잦아 보였는데, 전주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거기에다 3점슛이 연거푸 터진 것도 역전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전주의 용병 보다는 창원의 용병이 훨씬 나아 보였고.

애정을 가지고 응원하는 팀이 없어서일까, 축구만 봐와서 그런 걸까, 자주 끊기는 경기의 흐름과 다양한 경기 외적인 이벤트가 경기 내용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였다. 계속 보러 다닌다면 이런 분위기에 적응이 될런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창원 시내의 교통 혼잡으로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왠지 경기 보는데 걸린 시간보다 오고 가는데 걸린 시간이 훨씬 더 길었던 것 같다. 오늘의 소감만 놓고 보면 호감 반, 탐탁치 않음 반 정도.



덧글

  • 홍차도둑 2012/10/28 01:22 # 답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장내 아나운서가 응원이라던가 기타 멘트를 통해 경기장의 분위기를 만듭니다.
    다양한 경기를 관전하는 것은 재미있지요. 농구의 경우는 그런 '엔터테이먼트'를 즐기러 가는 것이기도 하죠. 미국에서 시작되거나 중흥한 경기들의 공통점이 그러한 떠들썩한 엔터테이먼트가 '경기장의 분위기'라는 것을 상당히 중요시하니까요.
  • 키팅 2012/10/29 10:58 #

    경기 자체 그 이상으로 그런 엔터테인먼트가 도드라져 보이더군요. 흥겨우면서도 다소 산만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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