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그네, 면장 선거 - 괴짜 의사 이라부를 만나다 Library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나의 점수 : ★★★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두 권을 연거푸 읽었습니다. 하나는 "공중 그네", 다른 하나는 "면장 선거"입니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인데요, 제 기대가 너무 컸던 까닭일까, 기대만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쿠다 히데오의 여러 작품들 중, "공중 그네"를 제일 먼저 골랐는데, 단지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입니다.

"공중 그네"에는 이라부라고 하는 괴짜 정신과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도쿄 내의 유명 병원인 이라부 종합 병원의 원장 아들이죠. 왠지 잘 나가는 차도남일 것 같은 배경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뒤룩뒤룩 살찐 몸매에, 접힌 턱...외모부터 깨고 들어갑니다. 거기에다 그의 진찰실은 병원 지하의 음산하 곳...아버지가 원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의 말이나 행동 하나 하나는 일반인의 상식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습니다. 어린 아이와 같다고 할 만큼, 사고는 자유로우며 고정관념에 묶여 있지 습니다. 그리고 생각한 대로 말을 툭 툭 내뱉고, 말한 대로 즉각 행동에 옮기죠. 이라부에게 내숭, 점잔 따윈 눈꼽 만큼도 없습니다.

정신과 환자라고 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이런 정신과 의사가 강박증에 시달리는 다섯 환자를 유머러스하게 치료해 가는 과정이 다섯 에피소드로 나누어 전개 됩니다. 환자의 직업군은 다양해서 조폭, 베테랑 서커스 단원, 의대 교수, 유명 프로야구 선수, 유명 소설가 등이 등장합니다. 직업이 다양하듯이 환자들이 호소하는 강박증의 연유도 제 각각입니다. 이러한 환자들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며 소소한 강박증, 한  두 개 즈음은 있을 법한 우리네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겠지요.

환자들이 이라부를 처음 대면할 때는 다들 "이 사람 의사 맞어?" 라고 반응하지만, 이내 이라부가 주는 편안함에 자신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 젖힙니다. 마음 속으로 진정 원하는 것과는 상반되더라도 그것이 사회의 통념, 굴레라는 이유만으로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되고, 강박증으로 나타나는 것일 진 데, 이라부에게선 그런 모습이 전혀 없으며,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합니다. 이러한 이라부의 모습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하면 분명 모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자라 보이는 그 모습 자체가 환자들에게, 그리고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편안함으로, 웃음으로 다가오며, 결국에는 그 모습이 진짜 우리가 원하는 모습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이라부가 환자들에게 해 주는 의학적 치료라고는 비타민 주사와 평범한 약이 다였지만, 환자들은 이라부와 함께 하는 시간들을 통해서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게 되고, 어깨에 짊어 지고 있던 무거운 짐들을 하나, 둘씩 내려 놓기 시작하면서 강박증에서 벗어 나게 됩니다.

이라부처럼, 그리고 치유된 환자들 처럼, 기회가 될 때마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되돌아 보고,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짐들을 내려 놓는 시도를 해봐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공중 그네"를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생각보다 유머가 약했다는 것...가끔씩 '픽' 하면서 실소가 나오는 부분은 더러 있었지만, 기대했던 큰 웃음은 얻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5가지 에피소드가 너무 똑같은 패턴으로 진행되니까 뒤로 갈수록 다소 지겨워지지기도 했구요.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나의 점수 : ★★★★

직장 동료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소설 몇 권을 처분한다기에 받아서 읽은 책입니다. 첫 장을 들춰 보기 전까진 이 책이 "공중 그네"에서 이어지는 "이라부 시리즈" 연작인 줄 몰랐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라부 시리즈"는 "인 더 풀"로 시작해서 "공중 그네", 그리고  "면장 선거"로 이어지더군요. 만약 진작에 이 사실을 알았다면 안 읽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앞서도 언급 했듯이 똑같은 패턴의 글 5편을 읽고 지겨움을 느꼈는데, 이 책에 실린 4편이 추가 된다면...

주제적인 면에서나 내용적인 면에서나 "공중 그네"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단지 등장하는 환자만 다를 뿐..."인 더 풀"에 환자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주로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공중 그네"에는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조폭 포함)을 소재로 다루었고, "면장 선거"는 실재 인물의 패러디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물론 소설 속에서 모방한 인물이 실제 강박증이 있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환경 설정은 실재 인물의 그것을 따왔습니다. 하나 예를 들어 보자면, "구단주"라는 에피소드에는 야구 구단주이자 신문사 회장인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구단주를 패러디한 것이겠죠. 독자가 일본 사람이라면 더 흥미롭게 읽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4편의 에피소드 중, 마지막 에피소드 제목이 책 제목인 "면장 선거"인데, 이 작품은 앞의 3편("공중 그네"까지 포함하면 8편)과 달리, 특정 인물 개인이 환자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과열, 금품 면장 선거로 홍역을 앓고 있는 외딴 섬 전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앞에서 계속 반복되던 패턴들과 차별화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비교적 긴 스토리가 있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면장 선거"를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네요.



ps. 이라부의 분신처럼 등장하는 마유미 간호사 이야기를 빼먹었군요. 이 호쾌한 성격의 간호사는 주사를 놓을 때면 가슴 사이 계곡이 보일 정도로 패인 상의와, 미니 스커트롤 입고 등장한다지요...이 내용도 독자 서비스 차원인 지, 에피소드 마다 반복되어 묘사되고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자꾸 야릇한 상상이 된다는...

덧글

  • 세르닌 2011/04/01 15:01 # 답글

    저는 연극으로 봤었는데 매력적이었습니다..특히 마유미간호사가요ㅎ
  • 키팅 2011/04/03 15:52 # 답글

    연극으로도 했었군요. 몰랐습니다.

    마유미 간호사를 생각하니까 연극이 보고 싶어 집니다.
  • 세르닌 2011/04/03 21:08 #

    제목이 소설 그대로는 아니었고 '닥터 이라부'로 나왔었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봤었죠
  • 키팅 2011/04/03 23:20 #

    답글을 달아야 하는데 덧글로 달았네요...

    저는 한 줄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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