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추노 최종회 - 스스로 택한 슬프고도 장엄한 죽음 Theater

<KBS 수목 드라마>
연출 : 곽정환
극본 : 천성일
출연 : 장혁(이대길 역), 오지호(송태하 역), 이다해(언년이, 김혜원 역), 이종혁(황철웅 역),
           한정수(최장군 역), 김지석(왕손이 역), 김하은(설화 역), 성동일(천지호 역),
           공형진(업복이 역), 민지아(초복이 역), 이한위(오포교 역), 김응수(이경식 역)...

지난 주, 추노가 막을 내렸습니다. 중간, 중간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많았었지만, 그 모든 것을 용서해 줄 수 있을 만큼 최종회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 주었습니다. 중간에 느슨했던 부분들을 줄이고 결말 부분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 더 긴 여운을 남겨 줬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쨌건 최종회인 24화를 보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많이 아렸습니다.

추노를 보면서 가장 많이 공감하고 감정 이입이 되었던 이야기는 주인공인 대길, 언년, 태하의 이야기가 아니라 업복이와 초복이의 이야기였습니다. 비록 곁가지 이야기를 맡은 조연 업복이었지만, 최종회에서조차도 업복이가 가장 멋있게 보였고, 업복이 때문에 가장 많이 슬펐습니다.

업복이는 총 4자루를 둘러 메고 무모하게 궁궐을 향합니다. 초복이랑 도망가서, 숨어서 잘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죽는 것이 개죽음은 아닐 것이라며, 부당하고, 악하고, 억울하고, 거대하기만 세상을 향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목소리를 내며 죽는 죽음을 선택합니다.

그의 원샷 원킬 사격에 의해, 악랄한 "그분", 배신자 "조선비", 끝판왕 "좌의정"...모두 나가 떨어집니다. 이 순간 만큼은 정말로 통쾌하고, 시원스럽고,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카타르시스는 잠시...

업복이는 세상을 향하여 자신이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소리를 내고는 그만 땅에 엎드러져 밟히고 맙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결연하며, 흔들림이 없고, 똑바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부디 그와 같이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려고 하는 듯이 말입니다. 전 이 장면이 추노의 주제 의식을 담고 있는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일 업복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초복이랑 도망가서 숨어 살았을 것 같습니다. 아주 소시민적이죠. 아마도 이런 업복이었다면 애초에 초복이가 좋아하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도 짧은 인생 이렇게 한바탕 멋드러지게 살다 가고 싶은데 쉽지는 않군요.   

우리의 대길 언니. 업복이와는 다른 이유를 가진 채 비슷한 길을 걸어갑니다. 대길 언니야는 산전수전 다 겪으며 세상 바꾸는 거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대신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버리기로 결심합니다.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죽음을 향해 달려가지요. 그녀를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 그녀를 가질 수 없는 세상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마음, 이런 마음들이 한데 어우러져 버린 결과일까요.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설화에게 그녀의 사랑을 받아 주지 못해 미안하단 말을 남긴 채, 설화의 품에 안겨 최후를 맞이 합니다. 이런 바보 같은...설화 말마따나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여자이고, 남자인 것을...

제가 대길이었다면 남의 여자가 된 언년인 잊어 버리고 설화랑, 왕손이랑, 최장군이랑 이천에서 잘 먹고 잘 살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대길이었으면, 애초에 설화가 사랑하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한테 세상 때가 많이 묻었나 봅니다...^^;;...아마도 언년이가 대길이의 첫사랑이라서 그런 것이겠죠. 대길이가 왕손이 같이 연애 경험이 많았더라면...쿨럭...



두 남자 모두 대의와 사랑을 위해 살 수 있는 길을 버리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였습니다.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인물들이죠. 그래서 우린 이런 두 캐릭터를 보고 더 큰 매력과 부러움,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되나 봅니다.

영상도 내용도 멋있었던 추노는 이제 막을 내렸고, 이제 어떤 드라마로 이 허함을 달래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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