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챔스] 성남, 전북 서전을 산뜻한 승리로 장식 Stadium

TV를 켜면 70개가 넘는 채널이 있지만, 그 어디에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방송해주는 채널은 없다. 먼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생방에 재방까지 해줘도, 우리나라에서 펼쳐지는 우리 프로 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계 방송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찾을 수 없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에 개탄하며, 오늘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저화질의 버퍼링이 심한 외국 방송사의 중계를 감지덕지하며 봤다. 월드컵 4강까지 올라간 역사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K리그 팬을 한다는 건 너무나도 힘들고 서글프다는 것을 -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 또 한번 뼈저리게 느낀 하루다. 

하지만 우리 리그 팀들은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 보란 듯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팬들의 상한 마음을 그나마 위로해 주었다.
 
**********

성남   2   :   0   가와사키 프론타레
"아프리카"를 통해 중동에서 해주는 중계 방송을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경기장의 분위기도 그렇고, 경기 내용도 그렇고, 홈팀과 어웨이팀이 바뀐 듯한 양상이었다. 중원을 장악하고 상대적으로 경기를 주도했던 가와사키, 반면에 수비를 단단히 하고, 미들 플레이는 간결하게 혹은 생략한 채, 빠르게 역습으로 되받아친 성남. 양팀의 공수 전환이 무척 빨라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었다.

가와사키가 보여준 미들에서의 날카로움은 성남 문전 근처에만 오면 무뎌져버렸다. 가와사키의 마무리가 부족했던 것도 있고, 성남의 수비가 단단한 까닭도 있는 것 같다. 성남은 미드필드의 대들보였던 김정우와 이호가 동시에 빠져 나간 터라, 어려운 경기를 펼치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 밖으로 선전하였다. 성남의 비교적 정확했던 대각선 롱패스와 사이드를 이용한 재빠른 역습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성남의 팀으로서의 역습 플레이도 좋았지만, 오늘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은 골을 기록한 라돈치치와 몰리나의 출중한 개인 역량에 의존한 바도 크다. 지난 시즌을 보내면서 라돈치치는 한물 간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오늘 그의 컨디션은 굉장히 좋아 보였고 파워풀한 골도 기록하였다. 이번 경기에서 나타난 라돈치치의 상태라면 그는 올 시즌 매우 위협적일 것 같다. 몰리나 역시 놀라운 아웃프런트 슛으로 첫골을 기록하며 발군의 골결정력을 과시하였고, 과연 몰리나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통해 신태용 감독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작년 처음 부임한 이 젊은 감독이 첫 해에 준우승까지 하게 된 것은 요행이 많이 따랐음이 아닐까라고 속으로 폄하했었었고, 팀의 주장이자 핵심 멤버였던 김정우, 그리고 이호 선수가 동시에 이탈한 미들진을 이끌고 올해 과연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 지 회의적이었는데, 이러한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오늘 경기를 통해서 보여 주었다.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알맞은 포메이션과 전술을 찾아내어 잘 입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남의 백업 요원들만 충분하다면, 이번 시즌 성남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인 것 같다. 성남이 스쿼드를 가지고 염려했던 팀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성남하면 준 국가대표팀 급의 화려한 스쿼드를 가지고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였었는데, 어느새 스쿼드의 화려함은 많이 퇴색해 버렸고, 선 수비, 후 역습 스타일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명불허전이라고 아직도 성남은 성남이다. 오늘 여전히 건재한 성남의 매서운 공격을 목격하였다. 



페르시푸라 자야푸라   1   :   4   전북
이 경기는 못 봤다. 상대가 인도네시아 팀이라 전북이 어렵지 않게 이기리라 예상은 했었고, 아니나 다를까 낙승을 거두었다. 이번 겨울에 전북이 영입한 크로아티아 리그 득점왕 출신의 로브렉 선수가 그의 공식 데뷔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상대가 약체이긴 했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득점력을 갖추었나 보다. 그간 소문이 무성하더니 전북이 물건을 제대로 건진 건지도 모르겠다.

**********

오늘 성남 경기는 봤는데, 정작 내일 펼쳐질 포항 경기는 못 볼 것 같다. 이사 관계로 말이지...어쩔까나.





                 
이글루스 가든 - 축구를 보자, 이야기하자, 느끼자!

덧글

  • 바셋 2010/02/24 12:28 # 답글

    우리 것도 물론 중계는 없겠죠?
    마빡이도 한 골 넣었더군요...ㅋ
  • 키팅 2010/02/24 23:58 #

    국내에서 펼쳐진 홈 경기도 방송을 못 타는데, 어웨이 경기를 치르는 포항이야 두 말할 필요가 없겠죠.

    분뇨가 알 이티하드를 작살냈더군요. 토너먼트에서 혹 만나거든 몸 사려야 할 것 같네요.
  • Destinier 2010/02/24 18:35 # 답글

    부자는 망해도 삼년을 간다 - 지금의 성남에게 딱 맞는 말인 것 같네요.

    농구만큼은 아니지만 K리그도 S급 외국인 공격수 2명만 보유하면 6강은 간다는 점에서...성남이 약체로 밀릴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문제는 ACL과 병행하는 살인적 스케쥴을 그 2명의 공격수로 다 때울 수 있느냐는 거겠죠. 바꿔 말하면 몰-라 중 하나만 빠져도 미드가 거들난 성남은 힘들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 키팅 2010/02/25 00:02 #

    제 생각에도 주전과 백업 요원들 간의 기량 차이가 장기 레이스에서 발목을 잡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성남이 여름에라도 돈을 풀어서 선수를 추가 보강을 단행할 지도 모르겠네요.
댓글 입력 영역


날마다 새로운 그림

날마다 새 일러스트

날마다 새로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