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 노병준 선수에 대한 변호?...예찬론? Stadium

스틸야드에서 감격적인 대역전승을 목격하고 집으로 돌아와 그 여흥을 즐기기 위해 평소에 즐겨 찾는 축구 웹 사이트들을 돌아다녔습니다. 가는 곳 마다 포항을 향한 부러움과 찬양의 글들이 쏟아져 나와 있더군요. 한창 자랑스럽고 유쾌한 마음으로 그런 글들을 읽었죠. 근데 싸월의 경기 중 실시간 댓글 가운데 불쾌한 글들이 보였습니다. 바로 노병준 선수를 향한 비난의 글이었습니다. 평소 신사적이고 점잖은, 그리고 K리그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한 싸월에서 비난 글이 올라왔으니, 아마 다른 곳은 더 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사실 포항의 지지자인 제가 봐도 경기 초반 노병준 선수가 놓친 찬스들은 많이 아까웠습니다. 저 또한 시즌 초까지만 해도 부정확한 크로스와 슛을 남발하는 노병준 선수가 탐탁치 않았더랬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자기 자식을 나무랄 수 있고, 잔소리 할 수도 있고 그렇지만, 남이 자기 자식에게 그런다면 부모는 많이 불쾌할 것입니다. 뭐, 이거랑 똑같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포항이 이기려면 노병준 선수를 빼야한다는 소릴 들어야할 정도로 못난 선수인가 싶습니다. 실제 어떤 분은 경기 시작 전부터 그렇게 써놓으셨더라구요. 저는 여기에 공감할 수 없습니다. 확실히 노병준 선수는 슛대비 득점률은 낮습니다. 크로스나 패스가 부정확한 경우도 많구요. 결정적인 찬스와 관련된 이런 부분들이 언제나 눈에 먼저 띄기 때문에 단점이 먼저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병준 선수는 뛰어난 체력과 왕성한 활동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여기 저기 헤집고 다니죠. 포항의 전방 투톱 혹은 스리톱은 미들의 2선 침투와 양 사이드백의 원할한 오버래핑을 위해 경기 내내 위치 이동을 합니다. 이런 포항의 공격 특성 상 노병준 선수는 윤활유,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잘 아시다시피 포항의 팀 득점은 특정 선수에게 몰려 있지 않습니다. 득점원은 공격수들부터 미들 심지어 수비 진영의 선수들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노병준 선수가 굳이 골을 많이 넣을 필요 없습니다. 노병준 선수 같이 휘저어 주는 선수, 데닐손 선수와 같이 현란한 드리블로 수비 두, 세명은 기본으로 달고 다니는 선수, 유창현 선수 같이 득점력이 높은 선수...이런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어 지금의 활화산 같은 포항의 공격력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병준 선수는 위치 선정도 잘 하는 편입니다. 필요한 곳을 잘 찾아드니, 본인에게 찬스가 많이 돌아오죠. 다만 찬스가 오는 족족 성공시키지는 못하니까, 상대적으로 "제는 왜 저리 못해"라고 보일 뿐입니다. 만약 노병준 선수가 킬러 본능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포항이 아니라 더 큰 무대에서 놀고 있었겠죠.

적다 보니, 노병준 선수는 많이 뛰어다니지만 골은 잘 못 넣는다라고 단정 지어버리게 되는 것 같은데, 사실 노병준 선수도 필요할 때 곧잘 골을 터트립니다. 가까운 예만 들어도 피스컵 준결승 서울과의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었고 (피스컵에서 득점왕 유창현 선수와 똑같은 4골을 기록), 분뇨와의 1차전 선제골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가 하는 주 역할을 이해한다면, 이 정도의 득점력은 보너스인 셈이죠.

그리고 어제는 초반에 놓친 많은 찬스를 만회하기라도 하듯, 후반 시작하자마자 김재성 선수의 천금같은 결승골을 멋드러지게 어시스트하고 교체되어 나왔습니다.

현재의 포항에 있어서 노병준 선수는 소금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열심히 뛰어도 표는 많이 안 나지만, 그렇다고 그의 비중이 낮다고 결코 말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파리아스 감독이 왜 그를 중용하고 있는지가 이 긴 설명을 단적으로 대신해 줄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니, 노병준 선수가 박지성 선수와 흡사한 데가 있군요...^^;;  K리그의 박지성 선수라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만약 포항의 승리를 위해서 노병준 선수를 빼야한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포항의 경기를 많이 보지 않았거나, 기껏해야 TV로 몇 경기 보고 지껄이는 것일 겁니다. 올 시즌 포항이 승리한 많은 경기의 현장에 노병준 선수가 뛰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그게 전부 다이고 진리인양, 엄한 선수를 비난하는 것은 보기 싫습니다. 물론 단점에 대해 좋은 말로 지적해 주고 이런 점이 개선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텐데라고 해주면 얼마나 좋습니까?

사실 얼마 되지도 않는 짧은 댓글에 발끈해서 너무 과민하게 반응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우리 자식이 욕 먹는 거 싫어서 말이죠. 포항 지지자도 아닌 주제에 열심히 뛰고 있는 포항 선수를 비방하는 걸 보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ps 1. 싸월에다 글을 직접 적지 여기에다 왜 적었냐고 물으신다면...할 말이 없네요.
        이전에 싸월에 회원가입을 했었는데 글쓸 권한이 없더라구요.
        어떻게 해야지 권한을 얻을 수 있는 지도 모르겠고...귀찮아서 수년째(10년 정도 되었나?)
        눈팅만 하고 있습니다. 

ps 2. 노병준 선수의 인간적이어 보이는 모습도 너무 좋습니다. 
        경기 중이든 아니든, 언제나 활짝 웃는 모습에, 인터뷰 글을 읽어 보면,
        굉장히 밝고, 긍정적이고, 유쾌하고, 넋살 좋고, 소탈한 사람 같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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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비센 2009/10/01 20:30 # 삭제 답글

    약간 흥분하신거 같은데요.ㅎㅎ
    그 분들이 .. 포항이 이겨야하는 경기인데... 자꾸 찬스를 날려버리니까
    안타까워서 하는 말인것같아요.. 너무 맘에 담아두지 않으셔도 될듯합니다.
  • 키팅 2009/10/01 23:29 #

    그렇겠지요...기분 좋은 날에 제가 괜히 민감하게 반응했나 봅니다.
  • 반바스틴 2009/10/05 13:41 # 답글

    경기끝나고 집에가려는데 비바K리그나왔던 노병준선수 어머니와 아들내미가 있어서 인사했더니 되게 반겨주시면서 노병준선수와 인사시켜주시더군요 ㅎ
  • 키팅 2009/10/06 17:03 #

    이야 좋았겠어요~ 부럽...
  • 호야 2009/10/08 01:23 # 삭제 답글

    노병준 선수 움직임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전방으로 횡으로 길게 패스를 해주면 받는 선수는 노병준 선수 일정도죠. 덕분에 최근 경기에서 찬스를 잘 잡는 선수인데다 골도 곧잘 넣는 선수라 그런지 기대가 큰거 같습니다.
  • 키팅 2009/10/09 09:58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을 많이 먹는 것 같아 안타깝더라구요.
  • ^^ 2009/10/23 16:05 # 삭제 답글

    병준이 사촌형입니다...
    열심히하고 노력하는 선수인데.. 저도 비난글에 기분이 많이 않좋더라구요
    이글 보니까 후련한기분도... 그리고 깔끔하게 병준이를 정리해주셨네요
    개인보다 팀먼저 생각하는 선수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 키팅 2009/11/16 09:57 #

    혹시 사촌형이 아니고 선수 본인은 아니신지요?
    혹시나 해서 여쭤 봅니다 ^^;;

    노병준 선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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