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없는 월드컵이 얼마만... Stadium

바레인의 도전과 사우디의 후퇴 (기사 링크)

1차전     바레인   0   :   0   사우디
2차전   사우디   2   :   2   바레인

사우디가 떨어졌네요...나름 충격적입니다. 기사를 읽어 보니 사우디는 후반 추가 시간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갔더군요. 1:1로 종료되면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탈락이 확정되는 시점에서, 후반 45분 경, 극적으로 추가골을 넣어 월드컵 출전 티켓을 거머쥐는가 싶더니, 4분을 못 버티고 종료 직전에 바레인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맙니다. 우와...정말 한 편의 멋진 영화같습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사우디는 아시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며 매 대회에 출전하였습니다. 이란은 몰라도 사우디가 없는 월드컵은 상상하기가 힘들었는데, 그런 대회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습니다. 우리도 자만하면 안되겠습니다. 월드컵 나가는 걸 당연지사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언젠가 사우디 꼴 나지마란 법은 없으니까요.

사우디가 월드컵에 나가면 유럽 강호들에게 마구 털린다고, 아시아의 수치라고 하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전 1994년의 사우디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홈 어드밴티지도 없던 미국에서, 사우디는 네덜란드, 벨기에, 모로코가 속한 조에서 살아남아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우리는 그 때까지(그 때까지가 아니라 무려 2002년 홈에서 할 때까지가 되었죠) 16강은 커녕, 1승 조차 거두지 못하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우디는 월드컵 처녀 출전에 벨기에와 모로코를 완파하고, 네덜란드에게 아쉽게 패하며 2승 1패로 16강에 나갔습니다. 네덜란드한테도 선제골을 넣고 역전 당한거죠. 그리고 벨기에 전에서 오와이란이 터뜨린 골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전에 터뜨린 마라도나의 골을 연상시키는 골이었습니다. 오와이란은 하프라인부터 혼자 드리블해 나가며 벨기에 수비수 여럿을 농락하고 골까지 터뜨립니다. 그 때 당시에는 정말 전율스러웠습니다. 아시아 선수도 월드컵에서 통하는구나...우리가 못 하던 걸, 너무 쉽게 해내는 사우디와 오와이란이 정말 부러웠더랬습니다.



사우디는 이후의 월드컵에서는 미국 월드컵 때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모습이 제 머릿속에 너무 강하게 각인되어, 우리가 못하더라도, 사우디는 뭔가 한 건 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게 되더군요...근데 그런 사우디가 월드컵에 못 나가게 되다니...

바레인의 상승세가 무섭긴 합니다. 나이지리아 선수도 귀화 시키고, 밀란 마찰라 감독도 데려 오고 하더니...드디어 빛을 보는 건가요...하지만 바레인은 아직 기뻐하기에 이르죠. 지난 월드컵 때도 바레인은 우즈벡을 물리치고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나갔었고, 북중미의 트리니다드토바고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번 플레이오프 상대는 뉴질랜드입니다. 사우디를 물리치고 올라간 바레인이 뉴질랜드에게 질 것 같진 않은데...축구공은 둥근 거니까 붙어봐야 알겠죠. 바레인이 사우디를 꺽을지 누가 알았습니까. 승자가 바레인이 되었건, 뉴질랜드가 되었건, 월드컵에 뉴페이스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뉴질랜드는 월드컵에 출전했던 경력이 있군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 진출, 브라질, 소련, 스코틀랜드와 같은 조에 속했었고, 브라질에게 4:0, 소련에게 3:0, 스코틀랜드에게 5:2, 이렇게 3패로 탈락한 전력이 있습니다...완전 뉴페이스는 아니라고 정정)


ps 1. 남미 예선에선 아르헨티나가 파라과이 원정에서 패했습니다.
        그렇다고 설마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 못 나오게 되진 않겠죠.

ps 2. 덴마크는 알바니아하고 비기는 바람에 진출을 거의 확정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습니다.
        스웨덴은 그렇다 쳐도, 포르투칼은 두 경기밖에 남아 있지 않은 현 시점에서 뒤집을 수 
        있을까요. 아마 포르투칼도 전 대회 3,4위전 징크스는 극복하지 못할 듯...ㅋㅋ

ps 3. 프랑스는 세르비아 원정에서 비김으로써 세르비아와의 승점 차이를 좁히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플레이오프가 있으니, 포르투칼보다는 나은 상황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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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끄적끄적 2009/09/10 19:37 # 삭제 답글

    무난하게 1:0, 좀 꼬여봤자 2:1로 사우디 1점차 승리를 예상했는데.....
    바레인이라, 이건 정말 충격적인 결과네요.
    정말 불패의 명장(...) 허정무 감독을 찬양해야 할지도.....-_-;;;
  • 키팅 2009/09/10 21:24 #

    사실 최근 바레인이 보여주는 모습들을 보면,
    사우디를 물리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사우디인데...그 동안 아시아 톱 클래스로 군림하던 팀이
    이렇게 진짜 나가떨어지니 도무지 안 믿겨지네요.
  • 朝霧達哉 2009/09/10 19:37 # 답글

    뉴질랜드도 이미 한번 출전 경험이 있긴 하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진출하면 뉴페이스는 맞긴 맞네요...
    바레인은 성장세가 놀랍습니다...
  • 키팅 2009/09/10 21:26 #

    뉴질랜드도 출전 기록이 있었군요.
    전 몰랐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검색해 보려다가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관뒀었는데...
    한 번 찾아 봐야겠군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해방 2009/09/10 23:41 # 답글

    바레인... 의외인데요.
    저도 그냥 쉽게 사우디가 이기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던...
    아아 아르헨은 시망...
  • 키팅 2009/09/11 00:59 #

    바레인이 뉴질랜드한테 져서 아시아 티켓 하나 까먹지나 않았으면 좋겠네요.

    사우디는 몰라도 아르헨은 올라오겠죠...올라와야 하는데...
  • 반바스틴 2009/09/11 13:48 # 답글

    이렇게 보면 사우디가 얼마나 자체추락을 했는지 알수있죠...

    우리가 잘했다기보다 중동축구의 하락
  • 키팅 2009/09/11 14:13 #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저 그만한 것 같은데...중동은 확실히 예전만 못하네요.

    바레인이 큰집을 물리치고 올라갔으니,
    중동의 마직막 남은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을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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