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er-Castell 72색 수채 색연필 구입 Carpe Diem

그림에 대해 완전 생초짜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턱하니 전문가용 색연필을 구입했다. 실력이 모자라니 장비빨을 힘입어 보려고 그러는게야.

대학 다니던 시절, 기숙사와 자취방에 박혀서 처음 연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다 보니 밋밋한 것 같아서 채색을 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수채화니 유화니 이런 것들에 손을 대기에는 너무 번거로운 느낌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총알이 많이 든다는 것. 그래서 생각해낸 게 색연필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색연필은 초딩들이나 쓰는 그림 도구일거라는 무식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색연필화와 관련된 책들을 보다 보니, "색연필로도 이 정도까지의 완성도 높은 그림들이 가능하구나"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모든 게 맞아 떨어져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 산 색연필은 가난한 학생 신분에 걸맞게, 몇(?) 천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이 나는 24색 유성 "문화" 색연필이었다. 정말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저렴한 학생용 색연필이었다. 그 땐 아무 것도 모르고 유성 색연필을 샀었는데, 실제 그림을 그려 보니, 그림이 만화 내지는 일러스트 풍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던 것 같다. 이건 색연필화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유성 색연필 보다는 수채(수성) 색연필로 그려진 그림들이 조금 더 수채화 풍의 느낌이랄까, 풍부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색을 섞었을 때 나타나는 효과도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그래서 이번에는 수채 색연필을 구입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젠 직장인으로서 총알도 장전되어 있겠다, 큰 맘 먹고 거금 9만 5천원을 들여, 독일 알버트 뒤러 사의 전문가용 "Faber-Castell" 72색 수채 색연필을 구입했다 (자꾸만 "전문가용"이란 단어가 마음에 걸린다). 24색은 색깔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36색 내지는 48색을 구입할 작정으로 웹 서핑을 시작했으나, 견물생심이라고 72색 색연필을 보는 순간 마음이 혹해서는 결국 지르고 말았다. 시중가는 10만원을 상회하는 것 같아 보여 싸게 사긴 싸게 산 것 같다. 참고로 "Faber-Castell" 색연필은 100색 세트도 판매하고 있으며, 화방에 가면 색깔 별로 낱개로 구입할 수도 있다.

전문가용이라 그런지 확실히 있어 보인다. 철제 케이스인데, 이것 말고 목재로 된 2단 케이스도 있다. 물론 목재로 된 게 훨씬 더 비싸다.

Faber-Castell 색연필은 1761년부터란 말인가. 18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이란...ㅎㄷㄷ. 상단에 보이는 기사들 간의 마상 창술 시합으로 이뤄진 로고가 맘에 든다. 로고 치고는 좀 디테일한 듯...

오~ 이 화려한 색상들이란...앞으로 그림 그릴 때 마다 어느 색으로 그려야 할 지 많이 고민해야할 듯 하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 같다.

장비는 이제 갖췄는데, 이런 우수한 장비에 전혀 못 미치는 졸작들을 그려대지나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나 자신에게 건투를 빌어본다. 

덧글

  • 해방 2009/08/15 00:43 # 답글

    이 색연필 정말 좋아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정답 체크한다고 빨간색을 자주 애용했었는데 느낌이 정말 좋다는. 부드러우면서 잘 나오고 ~
    전 빨리 채색된 누드 2호를 기다리겠습니다.
  • 키팅 2009/08/15 01:33 #

    오~정답 체크용으로 좋은 색연필을 사용했네요.^^;;

    해방님 군에 가시기 전에 누드 2호를 그릴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지금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말이죠.
    속도를 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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