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연 : 설경구(최만식), 하지원(강연희), 박중훈(김휘), 엄정화(이유진)
출연 : 이민기(최형식), 강예원(김희미), 김인권(오동춘), 송재호(억조)...
한 동안 해운대에 살았었는데, 그 친숙한 동네가 쓰나미에 휩쓸리는 영화라니,
이 영화가 지니는 여러가지 의미들을 제쳐 두고,
호기심이 먼저 발동하여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전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친숙한 지역이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게 되면,
영화가 주는 영화라는 느낌이 반감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거대한 해일이 해운대를 덮친다는 설정 자체가
이것은 영화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강하게 해주어서 그런가 봅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헐리우드 재난 영화의 일반적인 플롯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재난이 닥칠 거라는 것을 미리 예견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박사,
그런 박사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담당 행정 관료,
그리고 들이 닥치는 재난,
재난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통해 발견되는 새로운 희망...
이런 부분만 보면 뻔한 재난 영화 중 하나에 지나지 않다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스포츠 영화의 스토리가 뻔할 수 밖에 없듯이,
재난 영화도 이 외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재난 영화들의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은 대동소이할 수 밖에 없고,
단지 세부적인 것들에 있어서의 차이가 각 영화의 특징을 만들어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해운대는 나름 차별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해운대에는 여러 인간 군상들이 등장합니다.
주연으로 등장한 인물들 뿐만 아니라
그 외의 인물들에게도 각자의 사연이 있고, 비중 있게 다루어집니다.
그렇다고 산만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윤제균 감독이 제작으로 참여했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떠오르는 조화로움을 보여줍니다.
재난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영화 상영 시간이 제법 긴 반면,
실제 해일이 해운대를 덮친 이후는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집니다.
쓰나미가 해운대를 덮친다는 사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조금은 허탈한 시간 배분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해운대를 덮친 쓰나미"라는 볼거리를 덤으로 제공할 뿐,
중심은 확실하게 등장 인물들을 향하여 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감으로써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의
(가난한 사람, 부유한 사람,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진솔한 삶을 가식없이 보여주고,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삶의 문제를 공감하게 하며, 같이 웃고, 같이 고민하게 만듭니다.
결국 관객은 그들의 삶에 몰입하게 되고,
쓰나미가 덮침으로 인해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에서 더 큰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 해운대는 재난을 겪는 동안 인물들간의 갈등이 자연스럽게 치유되고,
용서와 화해, 사랑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민기의 마지막 모습이 제일 큰 감동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그러리라 예상하고 봤기에 실망이 그다지 크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과도기를 거쳐 더 발전된 기술을 얻게 되겠죠.
그냥 "오~, 이제 우리도 제법 그럴싸한 재난 영화를 만들어내는 구나"하고는 만족했습니다.
CG의 기술적인 면에서의 부족함과(눈높이를 낮춘다면 부족한 것도 아님),
배우들의 서툰 경상도 사투리가 주는 어색함만 눈감아 줄 수 있다면,
휴머니즘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만족스런 한국판 블록버스트 재난 영화라고 추천할 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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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의 후덜덜한 CG에 비교하면, 제작비가 걔네들 10분의 1이니 당연히 그정도 퀄리티는 못나오지만,(그걸 바라면 도둑놈 심보이죠)
그냥 보면 그리 어색하지 않고 괜찮은 수준의 CG입니다.
그리고 헐리웃 업체가 모든 것을 다 한 것은 아니고, 국내 업체들도 여럿 참여했다더군요.
어색하긴 해도 영화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니까,
해운대라는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삼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설경구씨가 연기를 잘 하긴 잘 하던데,
얼마전 조강지처를 버리고 송윤아한테 간 게 머릿속에 박혀서,
설경구씨가 맡은 캐릭터에 몰입하는데 자꾸 방해가 되더라구요.
진지하게 연기를 해도 제가 그랬었지 하며 엉뚱한 생각이 같이 떠오른다는...